국내 육류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3대 육류의 가격이 급등함은 물론 공급 물량 역시 부족한 수급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입물량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금지가 장기화되고 유통기한 임박으로 방출되던 미국산 소고기가 다시 들어가면서 올 들어 소고기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국내 자급률이 높았던 돼지고기 역시 광우병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소비량 급증 및 질병으로 인한 두수 감소 등으로 인해, 닭고기 또한 조류독감 이후 미국산과 태국산의 수입 금지와 닭고기의 대량 폐사에 따라 가격 상승과 공급물량 부족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고스란히 외식업체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우육, 돈육, 계육 시장의 가격 및 수급 현황,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소고기


국내 우육시장,
가격상승·수급불균형 심화로 이중고
美산 수입재개 여부에 관심 집중

국내 소고기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으로 인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조치가 1년 이상 장기화되자 소고기 수급의 불균형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공급 물량 역시 예전만큼 원활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모 고깃집 업주는 7천원에 판매하는 갈비탕 원가 비율이 기존 40%에서 최근 50~60%까지 치솟아 결국 갈비탕 판매를 중단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소고기 메뉴 가격을 올린 업소도 있다. A 스테이크전문점 담당자는 광우병 발생 전까지만 해도 부위와 품질을 원하는 대로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품질을 떠나 제품을 공급받는 것 자체로 만족해야 하는, 공급업체가 외식업소(공급을 받는 측) 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이처럼 최근 소고기를 취급하는 업소 및 업체들은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관련 메뉴를 판매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는 말로 현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재고량 부족, 수입재개 분위기로 가격 상승






최근 미국산 소고기 도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다소 하락세를 보였던 호주산 소고기 역시 반등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수입 소고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 반입돼 있는 미국산 소고기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지난해 말부터 그동안 미국산 소고기를 보유하고 있던 유통업체들이 물량 방출을 진행, 잠시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달부터 이렇게 흘러나온 덤핑물량들이 대거 사라지면서 공급 물량이 대폭 감소,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산 덤핑 물량을 사용해 오던 외식업소들은 호주산으로 전환을 검토, 미국산과 호주산 모두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소고기 거래 물량도 줄어들었다.
2005년 4월 현재 미국산 소고기의 재고량은 사설창고에 보관중인 물량(약 2천톤)과 수입 쿼터를 갖고 있는 개인이 창고에 보관중인 물량(약 1천톤)을 포함해 약 3천톤으로 추정된다. 경기불황과 광우병 여파 등으로 인해 소고기 수입 감소가 계속됐던 지난해 5월 미국산 소고기의 소비량이 약 1천500톤 정도였음을 감안해 볼 때 오는 6월 경이면 현재 재고량이 어느 정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결론이다.
게다가 그동안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해 왔던 대만이 지난달 16일부터 30개월령 이하의 소고기에 대한 수입을 재개했고 일본도 빠르면 오는 7월부터 20개월령 이하의 소고기 수입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으며 국내 역시 지난달 19~21일 소고기 수입재개에 대한 韓-美 양국간 전문가 회담을 개최하는 등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향후 국내 수입 소고기 가격의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광우병 파동 이후 100~200% 이상 뛰었으며 호주산 역시 20~30%, 많게는 3배 가까이 뛴 품목도 있다. 광우병 전 ㎏당 1만원 내외로 거래되던 미국산 초이스급 갈비가 지난 3월 현재 2만~2만2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호주산 역시 ㎏당 5천원 내외던 제품이 현재 1만5천원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산뿐 아니라 호주산, 뉴질랜드산 등 수입 소고기의 가격 급등은 고스란히 외식업소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하는 ㅅ고깃집은 지난해 ㎏당 1만5천원 선에 구입하던 갈비를 올들어 1만8천원에 공급받고 있다. 광우병 이후 소고기 값 상승이 심해지자 이 업체는 가격에 따른 제품 선택법을 사용했다. 즉, 동일 제품에 따른 가격변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아니라 구입 가능한 가격대를 1만5천~1만8천원으로 정하고 이 가격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원가 상승을 조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주춤했던 소고기 가격이 4월 들어서면서 상승하기 시작, 결국 지난달 말부터 전체 메뉴 중 70%를 차지하는 갈비의 판매 가격을 14%가량 올렸다. 이 업소는 지난해에도 메뉴 가격을 일부 상향조정한 바 있다.
또 설렁탕에 들어가는 고기는 통조림 갈비와 메인메뉴의 작업을 마친 고기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
ㅅ업소 대표는 “전체적인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올라 상대적으로 저단가 고기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지만 그렇다고 코스트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산 소고기의 유통기한 임박과 재고부족 등으로 공급물량 부족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업체마다 남은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와의 연중가격제를 통해 매년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동일 가격으로 소고기를 공급받던 씨즐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중가격제를 맺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광우병 이전인 2003년 대비 가격이 50% 상승했으며 올해 역시 10~15% 오른 가격으로 받고 있다. 최근 메뉴 개편을 통해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를 10가지에서 7가지로 줄였으며 소고기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콤비메뉴도 2가지 줄였다.
또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 애드 언(Add on) 메뉴를 출시할 예정이다. 애드 언 메뉴는 4천~5천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소량의 단품메뉴로 씨푸드 메뉴(3가지)와 어린이 메뉴(2가지)를 새롭게 선보이는 등 기존 스테이크에 한정돼 있는 단품메뉴 선택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스테이크의 집중률도 완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연어, 게, 홍합 등 수산물을 중심으로 소고기를 대체할 식재를 선점하기 위해 태국, 중국 등에 대한 시장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씨즐러의 소고기 사용량은 스테이크와 샐러드 바, 민찌 등에 사용되는 양을 포함해 월평균 3~4톤 정도다. 한편 올 1/4분기 수입 소고기의 부위별 수입량을 보면 갈비가 9천815톤으로 전체의 24.2%를 차지해 가장 많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등심이 8천444톤(20.8%), 앞다리가 6천496톤(16.0%), 사태가 3천524톤(8.6%), 양지가 3천406톤(8.4%)을 차지했다.








와규, 중국산 캔, 육우 소비량 증가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고기의 수급 및 가격, 품질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면서 여러 가지 현상이 동반되고 있다.
우선 그동안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하던 일부 고급 식당들이 미국산 소고기 대신 와규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흑우 품종을 개량한 와규는 맛이 부드럽고 마블링이 좋은 고급 소고기로 정통 와규는 가격이 미국산 보다 높을 뿐 아니라 호주산에 비해 3배가량 비싼 편이다.
한 소고기전문점 업주는 “미국산 소고기의 공급이 원활치 않게 돼 호주산이나 미국산보다는 값이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와규를 선택하게 됐다”며 “그러나 소량이기는 하지만 최근 와규의 소비가 증가하자 정통 와규가 아닌 변종 와규의 유통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산 통조림 제품의 유통도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수입되던 꼬리나 도가니 등의 통조림 제품뿐 아니라 최근에는 통조림 갈비까지 유통되고 있다.
중국산 갈비 통조림은 한 통에 30대, 40대, 50대가 들어가며 통 당 평균 가격은 9천5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품질보다는 싼 가격이 매리트인 중국산 통조림은 웨딩홀 등 대형 급식장의 갈비탕용으로 주로 사용하며 일부 업소에서는 저가의 양념갈비로 만들어 공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동안도 중국산 갈비 통조림이 유통되기는 했지만 맛이 덜해 사용률이 저조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소고기 가격이 높아지고 물량 확보도 어렵다 보니 이에 대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소고기 수입 업체들의 경우 수입 환경이 원만하지 못해 돈육이나 계육 쪽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의 반입 금지로 인해 최근 국내 육우의 소비도 크게 늘고 있다.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젖소 암컷, 젖소 수컷 등을 일컫는 국내산 육우는 전년 동기 대비 생체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젖소인 유우에 비해 가격이 2배 정도 비싸다.
국내산 육우는 지난해 말부터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올 1~2월 육우 도축량은 3만2천910두로 2004년(1만6천911두)에 비해 95%, 2003년(2만4천258두)에 비해 4%가량 증가했다. 미국 광우병 발생 이후 호주산과 함께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육류코너를 차지한 것이 바로 육우였다.
국내산 육우의 경우 도축을 하면 80% 이상이 2등급 이상이 나올 정도로 맛에 있어 한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농림부 역시 육우 보급에 주력하고 있는 등 향후 육우의 소비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우와 외국 품종을 교잡시킨 교잡우도 지난 2002년 이후 도축을 중단했다가 올 2월 새로 144두를 도축했다.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소고기 역시 반사이익을 얻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입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미국산 소고기를 호주산과 뉴질랜드산이 대체하게 된 것.
광우병 발생 이후 국내 수입 소고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산 소고기의 수입량을 보면 지난 2003년 1/4분기에 총 1만8천380톤이었던 것이 광우병 파동으로 전체적인 소고기 소비량이 감소했던 지난해 1/4분기에는 1만5천493톤으로 다소 떨어졌으나 올 1/4분기에는 4만54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5%가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입물량의 64.7%에 해당하는 수치다.
뉴질랜드산 역시 지난 2003년 1/4분기 6천214톤에서 2004년 1/4분기 1만2천447톤, 그리고 올 1/4분기 1만5천9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0%(지난해 전체 수입물량의 34.7%) 상승했다.




美 소고기 수입재개에 따라 가격·물량 변동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국내 소고기 가격의 상승 여부는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재개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호주산보다는 미국산 소고기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트렌드 상 미국산이 수입될 경우 호주산에 대한 소비가 대폭 감소, 미국산 소고기 가격은 광우병 이전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상승하는 반면 호주산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재개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호주산 소고기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와도 예상만큼 호주산의 소비량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곡물을 먹여 키우는 미국산 소고기가 우리 입맛에 더 맞아 미국산을 선호해 왔으나 광우병 이후 호주산 소고기 맛에 어느 정도 길들여져 있어 호주산 소고기의 소비량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산과 호주산의 가격 차이로 인해 고급 식당에서는 미국산을, 대중식당에서는 호주산을 사용할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재개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또 미국에 오더를 내려 국내에서 유통되기까지는 평균 2달가량이 소요된다. 결국 수입이 재개된다 해도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쯤이나 돼야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보다 수입재개를 빨리 진행한 대만과 일본에서 물량을 대량 주문할 것으로 보여 정작 우리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국내산 육우의 사육량을 늘려 국내산 소고기의 생산량 증가를 통해 수입산 소고기의 가격 상승과 물량부족을 대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의 재고량이 거의 소진되고 이에 대한 수입재개 역시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라 소고기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돈육이나 계육 소비가 더욱 늘어나는 한편 보다 저단가의 품목에 대한 유통이 증가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부처와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음식점 육류원산지 표시제가 오는 6월 임시국회 기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우자조활동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7월경부터 음식점과 식육판매점 등에서 수입소고기와 젖소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 농가를 중심으로 한우 유통 투명화 감시단을 설치, 운영에 들어갈 계획에 있는 등 국내 한우 농가들의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점 육류원산지 표시제

지난 2000년부터 정부부처와 소비자 단체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음식점 육류원산지 표시제’가 오는 6월 임시국회 기간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음식점 육류원산지 표시제는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고기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으로 그동안 단속의 실효성과 통상마찰 등 국회에 계류중인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아 표류상태에 놓였었다. 그러나 최근 농림부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육류 원산지 표시제가 지난달 말 발의, 오는 6월부터는 소고기를 대상으로 실시 가능할 것이다.
농림부 축산물위생과 박상연 사무관은 “원산지 표시제를 반대하는 대형 음식점들이 반대를 지속할 명분이 없다”며 “다만 원산지 표시제로 음식점들이 불편해 질 것을 우려해 실시는 하되 시기를 늦춰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올 상반기 중에는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식점 육류 원산지 표시제를 두고 관계부처와 소비자 단체, 그리고 외식업체 간의 이견 대립이 팽배해지고 있다.
관계부처와 소비자 단체는 정육점과 백화점 등 식육판매자에 대해서는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 돼 있으나 음식점에 대한 원산지 표시 규제가 없어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한국음식업중앙회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음식점에서 식육원산지 표시제도를 시행하지 않아 축산농가에 피해가 크고 또 수입산 소고기가 한우로 둔갑해서 판매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관련 법규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또 국산과 수입산의 혼동에서 발생하는 영업자의 부당이익 및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원산지 표시제도의 새로운 규제는 실효를 거둘 수 없는, 현실성이 결여된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월간식당 2005/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