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제와 실천 의지



합성수지로 만든 일회용컵이 자연 분해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 20년. 편리성을 앞세워 개발된 각종 일회용품 남발로 쓰레기 오염문제는 목을 졸라 맬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급성장하고 있는 테이크아웃 시장은 패스트푸드에 이어 일회용품 남발의 주범으로 지목 받으면서 그동안 시민단체 및 언론으로부터 쓰레기 오염문제, 재활용 문제를 둘러싸고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화살로 돌변할 무렵, 환경부와 커피업체 및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수차례의 토론회 및 면담을 거쳐 지난 4일부로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 각 업체들의 서명을 받아 최종안을 발표했다.
환경부와 커피업체, 패스트푸드업체가 체결한 협약의 내용을 보면, 내년부터 커피 및 패스트푸드업체는 각각 50평 이상, 100평 이상의 전용면적을 가진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의무사용하고 테이크아웃시는 각각 일회용컵 보증금으로 50원, 100원을 소비자들로부터 받되 컵 반납시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표면상으로 보면 간단명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협약 내용의 시행을 앞두고 커피업체의 걱정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미한 종이컵 회수율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을 받으면서도 시정되지 못한 ‘고질병’ 취급을 받아왔다.
수거과정이 복잡하고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비해 재활용률은 10%도 못 미치는 비효율성 문제로 회수가 잘 이뤄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커피업체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도 바로 수집해둔 일회용컵에 대한 수거문제다.
아직 시스템 정비가 확실히 안 된 상황에서 제대로 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게 될 위생문제와 협소한 공간에서 일회용컵을 수집해 놓기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커피업체들은 본사 직영점보다는 가맹체제로 결성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컵 보증금을 받는 가맹점과 돌려주는 가맹점 사이의 형평성 문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제가 어느정도의 실효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자칫 소비자에게 부담만 안긴 채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지 걱정스러운 눈초리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번 시행령이 그동안 받아왔던 비난의 화살을 멈추게 할 강력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외식경제신문 2002.10.17 일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