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일본의 외식업계는 밝은 희망이 보이는가 하면 악재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우선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매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일본 외식업계에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상징적인 예로 2005년까지 파격적인 가격할인 정책으로 외식업계를 흔들어 놓았던 일본맥도날드의 경우 최근 몇 년째 매출하락을 면치 못했으나, 2006년 5월부터 기존제품 절반 이상의 가격을 10~50엔 올렸는가 하면 고가격의 샐러드 신메뉴를 선보이면서 1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극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이는 상품의 품질만 좋으면 조금 비싸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는 것을 증빙하는 좋은 예가 되면서 외식업계는 잘만하면 가격인상이 곧 수익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는 동기가 됐다.

한편 최근 들어 외식업계를 위협하는 악재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구인란과 이로 인한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이다. 일본푸드서비스의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비용과 인력채용에 드는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 일본정부가 음주운전 처벌강화와 더불어 음주운전의 원인을 제공한 음식점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주류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도 외식업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에는 60세 이상의 인구는 증가하는 한편 34세 이하의 노동력은 2005년에 비해 15%나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통계는 노동력뿐 아니라 음식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성향이나 동기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외식업계는 인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주변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를 외식업계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첫 단계로 일본의 외식전문가들은 가격이 아닌 “요리 자체로 승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2007년 외식업계 화두는 ‘요리로 승부’

가격파괴, 눈에 띄는 최신감각의 인테리어, 기이한 서비스 형태 등 그동안 외식업계에서 화제가 돼 온 이러한 요소들은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을 키우는 주요인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음식점이라면 음식의 품질과 맛으로 승부하라’가 최근 일본외식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2007년 일본외식업계를 주도할 트렌드를 전문가들은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포인트 1 향토요리가 뜬다

최근 들어 일본에는 향토요리전문점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끔은 지방색이 짙은 요리를 먹고 싶다’와 ‘평소 잘 안 먹는 지방요리를 먹음으로써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등이 향토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향토음식점은 동경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향토요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진 음식이라는 점에서 메뉴에 대한 특별한 홍보가 필요 없고 지방자치제 시행 등으로 인해 식자재 구입이 쉬워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 지방 특유의 음식 맛을 잘 살려내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가고시마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자카야 ‘카노야키노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향토음식전문 브랜드이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북창동 순두부’가 동경에도 상륙,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등 아시아 음식도 주목받고 있다.

포인트 2 건강지향 음식 더욱 관심 높아진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몸에 좋은 성분이 함유된 영양소를 가진 식자재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히 피부에 좋은 콜라겐 성분이 풍부한 식자재가 주목을 받았다.

건강에 관한 소비자들의 니즈는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건강지향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다. 따라서 저칼로리 식품이나 야채뷔페, 샤부샤부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식초’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 식초를 활용한 메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신바시역 내에 오픈한 ‘흑식초바’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점포가 4개로 늘었으며, 올해도 계속 점포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점포에서는 흑식초를 두유와 과일주스와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한 식품회사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앞으로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섭취하고 싶은 식품 중에서 3위가 ‘흑식초’가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식초를 활용한 드링크제의 판매량이 2005년에 비해 3배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인트 3 식재료에 충실하라

일본을 대표하는 외식업체 대표들은 하나 같이 “2007년 외식업은 인테리어나 서비스가 아닌 메뉴의 품질로 승부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품경제 전후로 일본 외식업계에는 앞다퉈 특별한 인테리어로 승부를 거는 점포들이 급증했는가 하면 독특한 서비스로 톡톡 튀는 마케팅이 한때 붐처럼 일어났다.

그러나 고객은 이러한 겉치레에는 이미 식상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

게다가 광우병 경험과 식육(食育)의 영향으로 식품의 위생안전에 대한 의식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제 요리 하나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맛을 원하는 고객들의 욕구가 높아지면서 양념으로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신선한 재료 자체의 맛을 추구하는 경향이 외식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 - 노인인력으로 대체

동경시내 아르바이트 시급은 최저가 1000엔. 나고야 같은 지방도 850~900엔 정도이다. 비용은 고사하고 일본인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될 정도로 일본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태다.

이에 대표적인 수제버거 브랜드 ‘모스버거’에서는 노인인력 활용에 성공한 경우로 벤치마킹의 모델이 되고 있다.

노인종업원을 채용했을 시 장점은 우선 이들은 예의바른 태도와 말씨가 몸에 베여있기 때문에 고객과 충돌을 빚을 우려가 없다는 점. 또 하나는 많은 경험으로 인해 점장이나 점포 관리자들에게 업무상 조언을 들려주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뉴에 대한 이해력과 작업속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이는 반복적인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으며, 특히 모스버거는 자체가 주문을 받고 제작에 들어가는 슬로푸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모스버거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도미노피자에서는 종사원이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지인이나 친구를 소개하면 1명 당 1만엔을 지급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력을 채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10만엔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도미노피자에서는 또 개인사정으로 사직서를 내고 나간 직원들의 리스트를 꼼꼼히 정리해 뒀다가 연말이나 휴가철 등 손이 많이 모자라는 시기에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연락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 받던 시급 그대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운영으로 모자라는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 pjy@foodbank.co.kr




미니 인터뷰


▶ 요코가와 기와무 스카이락 회장 겸 사장, 前일본푸드서비스협회 회장

30개 브랜드에 3200여개의 체인점포를 운영하는 일본외식업계의 대표주자 스카이락의 창업주인 요코가와 기와무 씨(사진)는 지난해 3월 스카이락 CEO에 재취임, 현재 스카이락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요코가와 회장에게 2007년 외식업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경영부진과 승계자 부재 등이 이유로 앞으로 3년 정도는 M&A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카이락은 현재로서는 M&A에는 관심이 없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먹는 사람은 줄어들고 음식점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외식업의 미래는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원산지표시제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져 외식에서 사용하는 식품의 정보는 모두 공개하는 시대에 우리는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한 이 시대에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업태가 있다면 ‘패밀리디너레스토랑’일 것이다. 핵가족으로 인해 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부부가 일주일에 1회 정도 와서 3000~4000엔 정도로 4~5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점포. 혼자사는 노인이 1500~2000엔 정도로 약간의 술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점포. 야채 요리를 맘껏 먹을 수 있는 점포도 이 시대에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염두에 둘 것은 전체 외식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으나 가정대용식(HMR)이나 택배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식재료 배달사업은 앞으로 주목받을 업태 중 하나라고 본다.

산지에서 직송한 식재를 센트럴키친(CK)에서 전처리해 집에서 곧바로 조리,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배달하는 것. 앞으로의 과제는 메뉴개발에 있다. 10년 후 식자재 택배 시장규모는 수조 엔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스카이락은 이러한 시장 환경에 맞춰 변화를 시도, 1조엔의 매출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력부족도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사직서를 내는 직원이 없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 와타미푸드서비스 구리하라 사토시 대표

최근 들어 일본의 경제가 회복단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이자카야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면치 못하는 한 해였다. 전체적으로 경상이익이 전년에 비해 57%가 감소, 이는 점포의 매출은 줄고 인건비는 상승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큰 영향은 무분별한 점포 출점으로 인해 평균 6개월만에 점장이 바뀌는가 하면 아르바이트를 다시 채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대폭 늘었으며, 인력의 불안정화로 인해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와타미푸드서비스는 2007년 올해는 사업확장을 위한 신규점 오픈을 자제하고 점장의 이동을 줄이는 동시에 교육을 다시 강화해 인력을 안정화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와타미에서 운영하는 이자카야 ‘和民’는 지난해 메뉴의 혁신을 시도하는 해였다.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들은 더 이상 고급 인테리어와 특별서비스, 가격할인 등에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메뉴의 품질과 맛에 충실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메뉴를 전반적으로 교체한 것이다.

원재료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메뉴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만두는 294엔에서 399엔으로 두부요리는 294엔에서 504엔으로 가격을 올렸으나 의외로 고객들은 인상된 가격을 충분히 수용했음은 물론 주문율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서도 고객만족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이제 고객이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증빙하는 것이다.

2007년에도 요리의 품질과 맛이 가장 중시되는 경향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 뿐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주방인력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부심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좋은 서비스는 한번 찾은 고객을 다시 오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2007-01-12 오전 10:28:30 (c) Foodbank.co.kr